|  영화 DB
19910313D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The Double Life of Veronique
  •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주연

    이렌느 야곱(베로니카), 필립 볼터(알렉상드로), 샌드린 듀마스(캐서린)

  • 제작국가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상영시간

    98분

  • 장르

    드라마, 판타지, 멜로/로맨스

  • 기타

    1991년 제작, 칼라 Color, 프랑스어

  • 개봉일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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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자가 아닌 것 같아요…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여자 아이 둘이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다. 폴란드의 베로니카와 프랑스의 베로니끄, 둘은 상대방의 감정과 경험을 어렴풋하게나마 공유하며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노래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베로니카는 우연한 기회에 콘서트 독창자로 발탁되지만, 공연 도중 갑자기 심장이 멎어 숨을 거둔다. 한편 베로니끄는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던 중 까닭 모를 상실감에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던 그녀는 어느 날 학교를 방문한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보던 중 인형사 알렉상드르에게 강렬하게 이끌리는데… 

 

 

 

 

ABOUT MOVIE 1.

 

<세 가지 색> 시리즈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감독 작품

운명과 우연, 예감에 대한 신비로운 걸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십계>, <세 가지 색> 3부작을 연출한 폴란드 출신의 전설적인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이름과 생일, 얼굴까지 빼닮은 폴란드의 베로니카와 프랑스의 베로니끄의 삶과 사랑을 통해 인생에서 마주치는 운명적인 만남과 놀라운 우연, 신비로운 예감을 아름답게 그려낸 걸작이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키에슬로브스키가 <십계> 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만든 장편영화이며 이후 <세 가지 색> 3부작에서도 이어질 유럽 공동제작 방식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도플갱어’인 두 여성의 삶을 신비로우면서도 시적인 감각으로 재현한 영화다. 외모와 재능, 심지어는 건강상의 문제까지 공유하고 있는 이들 두 사람의 평행적인 삶을 추적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삶의 불가해한 질서를 보여준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이름과 외모가 닮은 두 사람을 등장시키는 한편, 신비한 분위기의 여주인공이 낭만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로맨스를 펼쳐낸다는 매혹적인 스토리로 이후 수많은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아멜리에>의 장 피에르 주네,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미스터 노바디>의 자코 반 도마엘을 비롯하여 왕가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톰 티크베어 등의 명감독들이 키에슬로브스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 2역을 맡은 배우 이렌느 야곱은 섬세한 연기력은 물론 선과 미가 일체를 이룬 순수한 광채를 발산하며 몽환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여기에 키에슬로브스키의 대다수의 영화들에서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는 즈비그뉴 프라이즈너의 호소력있는 선율이 더해져 영화의 회화적, 음악적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제44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및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제17회 LA 비평가협회상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최면을 걸듯 넋을 잃게 만드는 영화”(Washington Post), “모순마저도 매력적인 시적(詩的) 영화”(New York Times), “이따금씩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서 느끼는 낯선 감정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Roger Ebert), “초월성에 대한 관능적이고 신비로우며 경이로운 고찰”(Apollo Guide), “잊혀지지 않는다”(ColeSmithey.com) 등의 찬사를 이끌어 낸 세계 영화사의 걸작이다.

 

ABOUT MOVIE 2.

 

이름, 생일, 얼굴까지 빼닮은 두 여인의 비밀스러운 운명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배경

 

1991년작인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제작 당시 폴란드는 격변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자유주의 노조를 결성한 폴란드는 공산주의 일당 독재를 무너뜨리며 1989년 복귀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자유국가로 진입한다. 1991년 소비에트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사회주의 체제의 급격한 몰락을 겪으며 자유화의 길을 걷게 된다. 정치〮사회적으로 서유럽에 통합되는 과정을 겪으며 동유럽 영화계 또한 이러한 사회상황에 큰 영향을 받으며 발전한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제작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동구의 몰락과 서구로의 통합이라는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주인공 베로니카와 베로니끄를 각각 동유럽과 서유럽의 알레고리로 삼은 작품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도입부, 합창 연습을 하던 중 소나기가 내리자 주위는 아수라장이 되고, 베로니카만이 비를 맞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이때 길을 가득 채우며 카메라 앞으로 다가오는 트럭과 그 짐칸에 실린 거대한 석상은 마르크스의 동상임을 짐작케 한다. 베로니카가 사는 폴란드는 점점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 사회주의는 역사의 흐름속에서 점차 밀려나는 것을 느끼며 자유주의 진영을 의식한다. 그러던 중 심장병을 앓는 베로니카가 요절하고, 그녀의 죽음은 신비한 경로로 베로니끄에게 경고하여 성악가의 길을 포기하게 만든다. 동서로 나뉜 유럽이 경계를 지우고 하나가 되면서 두 개의 삶을 이어가던 베로니카와 베로니끄 중 한 사람은 존재 이유가 없어졌고, 그 결과 베로니카가 죽고만 것이다. 한편 자본주의는 다른 반쪽의 몰락을 감지하며 상실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잊어갈 즈음, 자꾸만 반쪽의 존재를 일깨우는 메세지가 날아든다. 자유주의는 혼란을 느낀다. 자신과 똑같았던 또 다른 존재를 얼른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서로를 바라보는 한 지점(사진)에서 갑자기 자유주의는 깨닫는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닌 인간이라는 하나의 의식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또 한 벌의 사회주의를 본다.(똑같은 인형 두개) 폴란드의 베로니카와 프랑스의 베로니끄, 두 사람의 평행적인 삶을 추적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통해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은 인간 내면에 있는 동질성을 강조하며 이념을 초월하여 통합된 사회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ABOUT MOVIE 3.

 

순수와 관능을 오가는 절정의 아름다움!

키에슬로브스키의 뮤즈이자 전설의 히로인 이렌느 야곱!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주인공 베로니카와 베로니끄, 1인 2역을 맡은 이렌느 야곱의 열연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루이 말 감독의 <굿바이 칠드런>에서 단역을 맡으며 스크린에 데뷔한 이렌느 야곱은, 우연한 기회에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눈에 띄어 첫 번째 주연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타이틀 롤을 얻게 된다. 키에슬로브스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애초에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주인공으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의 앤디 맥도웰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케줄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고, 그 다음으로 염두에 두었던 <세 가지 색 : 블루>의 주인공 줄리엣 비노쉬 역시 <퐁네프의 연인들> 촬영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 때 눈에 띈 것이 영화 출연 경험이 거의 전무한 스물 다섯살의 배우 이렌느 야곱이었다. 촬영에 들어가자 키에슬로브스키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매혹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난해하고 신비스러운 주제를 지닌 이 영화의 본질을 온전히 이해할 만큼 명민한 배우였다. 그녀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분신과도 같은 두 여인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키에슬로브스키는 그 두 사람이 지닌 공통적인 삶의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그녀들은 재능과 열정을 지녔지만 삶에서 뭔가 빠진 게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세상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씩 느끼는 공허함이 아닐까.” 신비로운 외모와 지적인 분위기 그리고 선과 미가 일체를 이룬 순수한 광채를 발산하며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인 이렌느 야곱은 평단과 관객 모두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키에슬로브스키는 <세 가지 색>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세 가지 색 : 레드>에서 이렌느 야곱을 다시 캐스팅했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연상시키는 순수하고 신비로운 매력에 깊이있는 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이 작품으로 명실상부 키에슬로브스키의 뮤즈로 자리매김했다. 키에슬로브스키의 죽음 이후에도 이렌느 야곱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빔 벤더스 감독의 합작 <구름 저편에>를 비롯해 할리우드에도 진출,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키에슬로브스키와 함께 한 두 편의 영화만큼 그녀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영화는 없었다.



ABOUT MOVIE 4.

 

아름답고 시적인 영상미와 가슴을 저격하는 프라이즈너의 음악

여전히 세련되고 감각적인 아트필름의 진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영상과 음악과의 절묘한 조화다. 키에슬로브스키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 대해 ‘음악에 관한 영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십계>와 <세 가지 색> 시리즈의 음악감독인 즈비그뉴 프라이즈너가 담당했다. 즈비그뉴 프라이즈너는 현대 유럽 영화음악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졌던 걸출한 영화음악 장인으로, 키에슬로브스키의 작품들 외에도 루이말 감독의 <데미지>,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의 영화음악을 맡아 심금을 울리는 내성적 음률과 성가적 장엄함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키에슬로브스키의 페르소나라고도 불리는 즈비그뉴 프라이즈너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서 18세기 폴란드 작곡가 ‘반 덴 부덴마이어’라는 가상의 인물로 소개된다. 1991년 영화가 국내에 최초로 개봉했던 해, 라디오 클래식 채널에는 반 덴 부덴마이어에 대한 관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단조의 음계를 사용하여 몽환적이고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는 반 덴 부덴마이어의 음악은 신비롭고 탐미적인 영화 속 장면들과 드라마틱한 조화를 이룬다. 영화의 주제가 격인 ‘E 단조를 위한 협주곡(Concerto in E minor)’은 다양한 형식과 버전으로 변주되며 주인공의 내면을 적절히 표현해 준다. 특히, 이 곡은 폴란드 베로니카와 프랑스 베로니끄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로니카는 콘서트 무대에서 이 곡을 열창하다 쓰러져 숨을 거두고, 평소 반 덴 부덴마이어를 좋아하던 베로니끄는 이 곡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이 곡은 베로니끄가 관람하는 인형극 속 인형이 천사로 부활하는 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베로니카는 죽었지만, 그녀와 베로니끄의 인연의 끈이 음악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키에슬로브스키는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연결고리를 나타내는 수많은 매개체를 극 중 심어놓았는데, 그 중 가장 효과적인 연결고리는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가장 공감하기 쉬운 예술 형식이며, 인간은 결코 개별적으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

 

 

ABOUT MOVIE 5.

 

지구 어딘가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면?

인생에서 마주치는 운명적인 만남과 우연, 예감에 대한 고찰!

 

외모는 물론 음악적 재능, 심장병, 사소한 습관들을 공유하고 있고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비슷하게 엮어져 있는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삶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베로니카는 베로니끄보다 한발 앞서 모든 것을 경험한다. 난로에 손을 데고,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오디션에 통과해 솔리스트로 나아가고, 우연히 마주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베로니끄를 먼저 알아본다. 그녀는 콘서트에서 독창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심장이 멎어 숨을 거둔다. 베로니카는 죽었지만 반지, 끈, 녹음 테이프 등 극 중 여러 장치들로 인해 이들 두 사람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콘서트 오디션을 보던 베로니카는 고음 부분에서 손가락에 감았던 끈을 끊는다. 그녀의 죽음 이후 베로니끄는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구두끈을 선물받고, 이는 베로니카와 베로니끄를 잇는 매개체가 된다. 구두끈이 그저 잘못 배달된 것으로 생각했던 베로니끄는, 창 밖 어딘가에서 비쳐오는 알 수 없는 빛을 통해 끈의 의미를 알게 된다. 분명 건너편에 거주하는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빛은 계속해서 베로니끄의 집을 비춘다. 베로니끄는 자신의 불안정한 심전도 그래프 위에 끈을 놓고는 쭉 잡아당기고, 그것은 사망 선고를 받은 사람의 심전도 그래프처럼 일자를 그린다. 비로소 베로니끄는 자신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베로니카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자신이 찍은 사진에 우연히 포착된 베로니카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존재를 확신한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까닭 모를 상실감의 원인을 찾게된다.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키에슬로브스키의 특징 중 하나인 ‘빛을 이용한 영상’으로 나타난다. 수없이 등장하는 거울과 유리창, 쇼윈도 앞에 선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얼굴은 반사면에 또 하나의 얼굴을 창조해내고, 심지어 벽의 그림자까지 여기에 일조한다. 그들은 똑같은 투명 구슬을 갖고 있고, 그 구슬을 통해 주변의 경치를 바라본다. 구슬에 비친 바깥의 배경은 거꾸로 보인다. 다르게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삶은 유리에 비친 또 하나의 얼굴처럼,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동반적 존재의 경험이다. 보통 도플갱어는 괴담의 소재로 쓰이지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도플갱어는 삶 속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전한다.



MISE EN SCENE

 

 

눈여겨 봐야 할 영화 속 장면들

 

scene 1. 야외공원에서의 합창과 소나기

프롤로그를 제외한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 부분으로 카메라는 소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음을 길게 뽑는 베로니카의 환한 표정을 클로즈업한다. 비를 피해 달아나는 동료들과 달리 혼자서 끝까지 노래를 부르는 베로니카의 모습은 전체주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장면은 그녀가 친구들과 빗속을 뛰어가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이때 거대한 석상을 실은 트럭이 카메라 안으로 들어온다. 1990년이란 시대와 폴란드라는 배경을 고려해볼 때, 그것이 마르크스의 동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scene 2. 광장에서의 마주침

트랙숏이 많이 사용된 장면. 시위로 소란스러운 광장을 지나가던 베로니카가 버스에 올라탄 프랑스 관광객 베로니끄를 바라볼 때, 트랙숏이 잠깐 정지하면서 베로니카를 클로즈업한다. 자신의 도플갱어를 본 베로니카의 당혹스러운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이윽고 카메라는 트랙숏으로 베로니카를 중심에 두고 주위를 회전하면서 광장의 시위 풍경을 보여준다. 이것은 도입부 마르크스 동상 장면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가 붕괴하는 시대적 배경을 암시한다.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옷차림은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데, 이는 두 사람이 동일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영화의 메시지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인간의 유사성 혹은 보편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scene 3. 공원에서

공원에서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괴로워하는 베로니카를 클로즈업한 장면은 역숏으로 바뀌며 노신사가 걸어오는 장면으로 바뀐다. 이때 프레임의 각도는 베로니카의 주관적 시선을 따라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진 프레임 속 낯설게 다가오는 길도, 느닷없는 노신사의 출현도 심상치 않게 생각되는 순간, 점잖게 걸어오던 노신사는 베로니카에게 기묘한 액션을 취하곤 사라진다. 이것은 이후 창밖을 보던 베로니카의 시선에 포착된 노파의 이미지와 함께, 그녀의 죽음을 암시한다.

 

scene 4. 크라코프에서의 공연

공연 시작부터 베로니카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낯선 멜로디로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프레임은 점차 불안해진다. 베로니카의 시점에서 패닝숏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컷에서는 화면이 마치 물고기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일그러져 있다. 프레임은 불안하게 조금씩 흔들리다가 베로니카가 쓰러지면서 같이 땅으로 무너져 내린다. 이어 등장하는 크레인숏은 날아가는 영혼의 시점에서 아래의 청중들을 훑는다. 이후 베로니카의 영혼은 베로니끄 주변에서 정체 모를 빛의 형태로 나타난다.

 

scene 5. 인형극과 인형

베로니끄가 관람하는 인형극 장면에서는 롱테이크 기법이 자주 사용되었다. 어둠 속에서 인형과 베로니끄, 그리고 인형술사 알렉상드르를 대조적으로 부각시키는 조명기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베로니끄는 공연 중간 중간에 거울에 비친 알렉상드르를 관찰하고, 이때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비춰 나타난다. 그가 범상치 않은 존재인 동시에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운명을 잇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임이 암시된다. 한편, 영화 후반부에 인형극의 발레리나 인형이 하나 더 만들어졌음이 밝혀지는데, 이는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상징으로 동일한 인격체가 이중으로 존재함을 나타낸다.  

 

scene 6. 구슬과 그곳에 비춰지는 풍경

베로니카가 크라코프로 가는 길에 구슬로 바라본 차창 밖 풍경은 이후 알렉상드르와 함께 있던 베로니끄의 꿈 속에 나타난다. 구슬 속의 왜곡된 노란톤의 풍경 이미지는 영화의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기여하는 한편, 베로니끄의 꿈 속 장면은 두  사람의 기억이 공유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베로니카와 베로니끄가 똑같은 구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인격적 동질성을 증명해준다.   

 

 


 

1966년,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두 아이가 동시에 태어났다.

두 아이는 모두

갈색 머리에 녹갈색 눈이었다.

두 살이 되자

둘 다 이미 걸음마를 떼었고

한 아이가 난로에 손을 데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한 아이도 역시

난로 가까이 갔지만

데이기 직전 아이는 뒤로 물러났다.

아이는 자기가 데일 거라는

사실을 몰랐는데도 말이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알렉상드르가 베로니끄에게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

 

최면을 걸듯 넋을 잃게 만드는 영화

-Washington Post

 

모순마저도 매력적인 시적(詩的) 영화

-New York Times

 

이따금씩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서 느끼는

낯선 감정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

-Roger Ebert

 

초월성에 대한 관능적이고 신비로우며 경이로운 고찰

-Apollo Guide

 

잊혀지지 않는다

-ColeSmithey.com 

 

 

★★★★★ 

 

 

 

 

 

1991년 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여우주연상/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

 

1991년 LA 비평가협회상

음악상 수상

 

1992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

 

1992년 전미영화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1992년 세자르 영화상

여우주연상/음악상 노미네이트 

 

 


ABOUT KIESLOWSKI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는 1941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동유럽 영화 중흥의 산실인 로쯔 영화학교를 졸업했다. 1960년대부터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던 그는 같은 폴란드 출신 영화감독인 안제이 바이다(Andrzej Wajda)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 당시 폴란드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리얼리티와 예리한 심리분석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첫 장편 <상처(The Scar, 1976)>에 이어 영화에 대한 정치검열을 풍자한 <카메라광(Camera Buff, 1979)>을 내놓은 그는, 노골적인 반체제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여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개봉이 금지된 <노 엔드(No End, 1985)>, <블라인드 챈스(Blind Chance, 1987)>에 이어 1988~1989년 사이에 텔레비전용으로 만든 <십계(Decalogue)>를 통해 그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추앙받게 된다.

 

그 중 가장 평판이 높았던 두 작품이 극장용 영화로 확대 재편집되어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A Short Film About Killing, 1988)>,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A Short Film About Love, 1988)>이란 제목으로 공개되었다. 특히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은 한 청년의 동기없는 살인과 사법제도, 특히 사형의 진행과정을 신랄하게 보여주며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산주의 폴란드의 붕괴 직전 혼란과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갔던 그는, 폴란드가 자유화되자 프랑스와 폴란드를 오가며 활발한 영화작업을 펼친다. 1991년에 파리와 바르샤바를 오가며 촬영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The Double Life of Veronique, 1992)>은 그 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함께 주연 배우 이렌느 야곱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이 영화는 미국으로 수출되어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영화팬들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장기간 상영되었다. 이후 그는 장기간 계획해 오던 프로젝트를 착수했는데, 바로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인 ‘블루, 화이트, 레드’를 제목으로 달고 각각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담은 연작영화다. <세 가지 색 : 블루(Blue, 1993)>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데 이어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된 <세 가지 색 : 화이트(White, 1993)>가 감독상을 받았고, <세 가지 색 : 레드(Red, 1994)>로 그는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하며 예술영화의 거장이라는 이름을 확고히 했다. <세 가지 색 : 레드>의 발표와 함께 감독 은퇴를 선언한 그는, 피시에시비츠와 함께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천국>, <지옥>, <연옥> 3부작의 시나리오를 쓰던 중 1996년, 54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존재의 가치를 구하는 영화언어의 표현주의자

연출∙각색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영화는 머리와 가슴 그 모두를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키에슬로브스키와 공동 각본가 피시비츠는 그토록 눈부신 솜씨로

삶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관객들에게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마음 깊은 곳에 자신도 모르게 도달한 생각을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 키에슬로브스키의 <십계> 시나리오집의 서문 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말

 

세계 영화사의 거장이자 아트필름의 진수를 보여주는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는 <세 가지 색> 시리즈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다. 힘있는 연출, 예리한 관찰력과 사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 통찰적·관념적 이미지들의 조합, 놀라우리만치 정확한 음향과 음악의 조화, 영화에선 느끼기 어려운 원근감 등을 특징으로 한다. <세 가지 색 : 레드> 발표와 함께 감독 은퇴를 선언한 그는, 피시에시비츠와 함께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천국>, <지옥>, <연옥> 3부작의 시나리오를 쓰던 중 1996년 3월 13일, 54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휴머니즘의 탐구, 당대의 역사적 전망까지 아우르는 영화 세계를 펼쳤던 ‘연작의 거장’ 키에슬로브스키의 서거 소식은 전 세계 시네필들을 안타깝게 했다.

 

Filmography

<세 가지 색 : 레드>(1994), <세 가지 색 : 화이트>(1993), <세 가지 색 : 블루>(1993),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1988),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988), <십계>(1988), <결말 없음>(1984), <짧은 작업일>(1981), <맹목적인 기회>(1981), <카메라 광>(1979), <상처>(1976) 외 다수 





 

CHARACTER

 

 

베로니카와 베로니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태어난 도플갱어인 이들은, 단순히 겉모습만 같을뿐 아니라 동일한 인격체를 갖고 있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를 막연하게나마 인식한다. 그들이 각각 속한 사회는 동시대임에도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베로니카는 사회주의가 붕괴해 가는 동유럽에서 살아가고, 베로니끄는 좀더 풍요롭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서유럽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베로니카와 베로니끄가 살아가는 배경이 다르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동안 잘 인식되지 않는다. 둘은 비슷한 머리 모양과 거의 흡사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로만 구별이 가능하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거나, 불어와 폴란드어의 차이를 잘 모르는 관객은 둘을 구별하는데 혼란을 겪게 된다. 이중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이들은 영혼의 교감을 경험한다. 둘은 모두 건강이 좋지 않으며, 예술 방면에 재능을 보인다. 이러한 인격적인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베로니카는 사랑보다 자신의 재능과 꿈을 선택하는 반면, 베로니끄는 사랑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베로니카의 선험적 기억과 감정이 베로니끄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베로니카의 죽음 이후 베로니끄에게 시선을 이동하면서도, 베로니카의 존재를 계속해서 암시하며 그에 따라 베로니끄의 삶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베로니카는 베로니끄의 내면에서 부활하여 한번 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알렉상드르

 

 

인형극의 연출가이면서 동화 작가다. 알렉상드르는 두 주인공들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극 중 알렉상드르는 의식의 이중성과 이중 존재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한 탐구 대상으로 베로니끄를 선택하고, 베로니카의 유물인 끈을 전달한다. 알렉상드르에 대해서 관객이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는 여기까지다. 알렉상드르가 어떻게 베로니카를 알게 되었는지, 또한 생전의 그녀와 어떤 관계였는지, 베로니끄의 주소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등의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전반을 통해서 알렉상드르의 성격이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기도 어렵다. 극의 진행 내내 카메라가 베로니카와 베로니끄만을 집중 관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알렉상드르의 존재가 처음 극적으로 조명을 받는 인형극 장면에서조차도, 카메라는 그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베로니끄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주관적 시점까지 종종 활용해가며 베로니카와 베로니끄 내면의 감정세계를 관객에게 보여주려는 것만큼이나 의식적으로, 영화는 알렉상드르의 내면 세계와 관객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는 두 주인공의 연결 고리인 동시에, 베로니카의 영혼이 베로니끄의 내면에서 부활할 수 있게 하는 운명의 대리자 역할을 한다. 영화 후반부, 인형극에 쓰인 발레리나 인형과 똑같은 인형을 만들어놓은 알렉상드르에게 베로니끄가 왜 둘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공연 중 망가질 수 있거든.” 그의 대답은 바로 두 주인공의 운명에 대한 대답이다.

 

 

CAST

 

순수한 광채를 발산하는 키에슬로브스키의 뮤즈

베로니카&베로니끄 | 이렌느 야곱

 

"가끔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세상에 내가 하나가 아니라는 느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중-

 

프랑스 태생으로 루이 말 감독의 <굿바이 칠드런>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기로  인상적인 데뷔를 하였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를 통해 제4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렌느 야곱은 1인 2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력은 물론 선과 미가 일체를 이룬 순수한 광채를 발산하며 몽환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키에슬로브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 레드>에서도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Filmography

 

<다잉 오브 라이트>(2014), <아모레 카르네>(2011), <더스트 오브 타임>(2008), <영웅은 없다>(2007), <지금까지의 내 인생>(1999), <킹 메이커>(1999), <스파이 게임>(1999), <도망자 2>(1988), <오델로>(1995), <구름 저편에>(1995), <세 가지 색 : 레드>(1994), <비밀의 화원>(1993),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 <굿바이 칠드런>(198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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