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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씨네토크 후기] <시인의 사랑> with 김양희 감독,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시인의 사랑> 씨네토크 

 

* 일시: 9/26일(화) 저녁 8시 상영 후

*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1관

* 게스트: 김양희 감독 (<시인의 사랑> 연출)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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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 GV에 참여중인 진명현 대표(왼쪽)와 김양희 감독

김양희 감독: 안녕하세요. <시인의 사랑> 연출한 김양희라고 합니다. 오늘로써 영화의 마지막 GV를 하고 내일모레 제주도를 가는데, 마지막 GV의 관객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함께 좋은 얘기 나눴으면 좋겠다.

진명현 대표: 감독님이 제주도로 이주해 6년 정도 사신 걸로 알고 있다. 지금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 및 영화 개봉관련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고 다시 제주로 돌아가신다. <시인의 사랑>은 김양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고 오랫동안 공들인 이야기이다. 아직 끝은 아니지만, <시인의 사랑> 개봉하고 시간이 지난 지금의 기분 어떠한지?

김양희 감독: <시인의 사랑> 생각하면, 양익준 선배님 얼굴부터 떠오르기 시작해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생각이 난다. 영화가 개봉되고 설레었던 마음부터 지금까지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한다.(웃음)

진명현 대표: 나중에 민망하실 수 있으니 울거면 GV 끝나고 우셨으면 좋겠다.(웃음) 그만큼 애정이 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들에게는 첫 작품이 잊을 수 없는 첫사랑과 같다고 하더라. 저는 오늘로써 4번째 이 영화를 보는데 누가 누구를 돌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생각이 들더라. 세 사람의 관계가 슬프게 느껴졌다. 세 사람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김양희 감독: 제가 제주도에 살면서 우연히 만난 시인을 보며 저 사람을 영화 캐릭터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생각이 들면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된, 40대이고 외모는 뚱뚱한데 동화적인 이 시인의 인생에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선물하면 어떻게 변해갈까, 시가 더 깊어질까, 성장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아내와 소년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나가면서 세 사람이 팽팽하게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세 사람을 봤을 때 그들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됐으면 싶겠다.

진명현 대표: 그렇다면 왜 시인에게 찾아온 사람이 한참 어린 소년이었을까?

김양희 감독: 소녀나 여자였을 경우 에로스적인 사랑으로 집중이 될 것 같았고, 일종의 로리타적인 이야기는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소년이었어도 처음에는 육체적인 관계를 생각했을 수 있지만,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명현 대표: 사계절 중 제주도의 겨울을 담았다.

김양희 감독: 제주도는 겨울이 되면 관광객들이 떠나버리고 스산한 기분이 든다. 제주도에서 일상을 사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고, 미화된 제주 보다는 겨울의 풍경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진명현 대표: <시인의 사랑> 이야기와 겨울이 잘 어울렸다. 여름이거나 다른 계절이었다면 영화가 가진 쓸쓸한 감정이 이만큼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겨울의 제주 골목들이 참 좋았다.

관객1: 시인의 사랑에 대해 소년이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반대로 떨림을 느끼거나 하지 않는다. 소년은 남자인 시인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김양희 감독: 시인은 소년에게 육체적인 호기심도 있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 결국은 사랑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소년은 시인에 대해 사랑보다는 지금 필요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소년은 주변에 자기를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자신을 봐주는 단 한사람으로서 시인에게 의지를 했던 것 같다. 결국에는 아저씨 변태야?’라고 말할 때는 정을 떼려고 위악적으로 구는 거다. 둘의 마음을 동성애라고 규정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진명현 대표: 두 사람 다 아버지가 부재한 섬 남자들이다. 이런 공통점을 가지게 이유가 있는가?

김양희 감독: 제주는 전쟁을 겪기도 했고 남자가 귀했다. 또 두 사람을 연결시켰을 때 동일시하는 감정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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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감독 "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 아닐까"

관객2: 소년은 제주도를 떠나고 싶어 하는데, 제주도라는 공간이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어떤것인지 궁금하다.

김양희 감독: 시나리오 쓸 때 캄캄하게 육지를 가로막고 있는 바다 이미지를 떠올렸다. 저는 서울에서 살다 제주도로 이주해 살아서인지, 엄청난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섬이라는 곳이 묘하면서도 유배된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20살 정도 되면 무조건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택기(시인)는 육지에 나갔다 들어온 설정인데, 또 그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들의 감정을 가로막힌 캄캄한 바다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생각한것만큼 바다를 찍는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대안으로 찾은 공간이 폐쇄된 수영장이었다. 대안이었지만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진명현 대표: 주인공들의 대사가 중요한 영화이기도 했다. 쓰면서도 내가 대사는 잘 쓴다생각해본 적은 없었나?

김양희 감독: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고, 영화에서 대사는 설명으로 느껴져서 지양해야 한다는 쪽이다. 하지만 에 관심이 많다. 신선한 조합으로 말을 하거나, 절묘한 대사를 들을 때 복기를 한다. 제가 만드는 영화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대사, 제스처가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진명현 대표: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도 중요하다.

김양희 감독: 주어진 대사를 어떻게 로 잘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전혜진 선배는 연극을 많이 하고 몸도 잘 쓰는 배우다. 그리고 극중 아내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전혜진 선배는 테이크 마다 다르게 연기를 하는데 큰 의미를 갖고 보면 그 연기가 다 맞더라. 아내역이 좀 푼수 같은 면도 있는데 갖고 노는 느낌을 받았다.

진명현 감독: 이 자리에 양익준 배우가 계시지 않기도 하지만, 시인은 일편단심 양익준 배우였는가? 감독님이 양익준 씨를 만나러 일본까지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양희 감독: 살집이 있는 사람을 원했기 때문인데 1순위는 아니었다. 양익준 선배는 <똥파리> 전에 순수한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그 모습을 알았기 때문에 시인을 연기하는데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배는 공간을 잘 느끼는 사람이다. 익숙한 일상의 공간에서 극적인 공간으로 옮겨 연기할 때는 시인의 감정변화를 본능적으로 느껴서 연기하는 게 보인다.

진명현 대표: 정가람 배우는 <시인의 사랑>에서 애기 같다가도, 남성성이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년 캐스팅에 공을 들였을 것 같다.

김양희 감독: 정가람 씨를 처음 봤을 때 생각보다 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다. 세 배우 중에 가람 씨는 나도 신인감독으로 신인 대 신인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의 캐릭터와 가람 씨와의는 동질감을 가질만한 게 없는데, 애정을 붙여나가면서 연기를 하는 게 보이더라. 소년이라는 인물에 닿으려고 몸부림치는 걸 볼 때는 나도 울컥울컥했다.

진명현 대표: 정가람 배우에게는 <시인의 사랑>이 필모그래피로 계속 거론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객3: 제주도지만 사투리 연기는 없었는데, 의도를 하신건지 궁금하다.

김양희 감독: 제가 이주민이다보니, 제주도 사람들끼리는 사투리를 쓰지만 저랑 얘기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사투리는 친한 사람들끼리 하고, 표준어가 더 리얼리티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사투리를 쓰지 않게 됐다.

진명현 대표: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서울에 살다 왜 제주도로 가셨나?

김양희 감독: 저도 시인과 같이 뭘 찾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 ‘영화를 왜 할까생각도 많이 하면서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면 좌절감을 느꼈다. 사는 공간을 바꿔보고 싶어서 제주도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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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감독 "정가람 배우가 '소년'이라는 인물에 닿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볼때는 나도 울컥울컥했다" 

관객4: 시가 자주 나오는데, 상황에 잘 맞는 시를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양희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 해당 신의 목적에 부합될만한지 작전을 세우는데, 모두 적합한 시를 찾았다. 현택기 시인의 내 마음의 순력도’는 영화를 여는 시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시이기도 하다. 중간에 나오는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는 클라이맥스로 가기전 몽타주 장면에 필요한 시를 찾은 건데 원래 좋아하기도 시이기도 했다. 기형도 시인의 희망은 기형도 시인의 삶과 현택기(시인)의 감정과 잘 연결된 절묘한 시였다.

진명현 대표: 극 중 초등학생의 시와 시인과 소년이 함께 만든 시는 김양희 감독님이 직접 쓴 시이기도 하다. 김양희 감독님은 제주에서 시인의 사랑이라는 헌책방을 운영하기도 한다.

관객5: 감독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영화를 찍기 전과 촬영하고 난 후의 생각이 달라졌는지 여쭙고 싶다.

김양희 감독: 세 캐릭터 중에 가장 성숙한 사람이 아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나만 중요한 게 우리의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제가 만난 제주의 강인한 여성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줄 모습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인이 보호를 받은 입장에서 이제는 누군가를 보호해줄 수 사람이 되길 바랐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프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큰 사랑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힘들 때 절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줬고,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도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관객6: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라는 대사는 실제 시인들도 감동할 대사라는 생각이 든다.

김양희 감독: 책을 읽다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라는 글귀가 마음에 남아있었다.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하는 사람이 가져야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명현 대표: 소년이 마지막에 시인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나. 둘 다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배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더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뱉은 말이었지 않나 싶다. 생각할수록 더 애틋한 곳이 많은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양희 감독: 3년 동안 <시인의 사랑>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개봉까지 왔는데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제가 내일모레 제주도에 간다고 하니까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촬영, 조명 감독님 등 스탭들이 한번이라도 얼굴을 보자고 해서 오늘도 커피 한잔 나누고 헤어지고 이 자리에 왔다. 촬영하며 함께 보냈던 시간을 복기했는데, 시인이나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좋은 사람을 만나서 사람이 좋아지게 되는, 또 이 영화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고 관객들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실 제가 영화를 하는 이유는 내 삶이랑 영화적인 어느 순간과 맞닿았을 때 당신도 그러한지’, ‘나도 그러했는데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좋아서다. 저 또한 누군가한테 이러한 감정을 주고 싶어서 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고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성장 하고 잘 살아가면서 좋은 그림으로 남을 수 있는 영화 만들고 싶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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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인의 사랑>의 한 장면


<희망> -기형도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 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기형도 시인의 <희망>은 <시인의 사랑>에 등장한 시로, 극 중 시인(양익준 분)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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