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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씨네토크 후기] <불온한 당신> with 이영 감독, 장서연 변호사

<불온한 당신> 씨네토크

 

* 일시: 9/5일(화) 저녁 7:30 영화 상영 후

*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2관


* 게스트: 이영 감독 (<불온한 당신> 연출)

* 진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 (<불온한 당신> 자문 변호사)

 

 

이영 감독 "선배님, 제가 '바지씨' 후배예요" 

2009년 이묵씨 만나 다큐 제작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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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당신> 상영 후 GV에 참여하는 장서연 변호사(왼쪽)와 이영 감독

 

이영 감독: 안녕하세요 <불온한 당신> 연출한 이영입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러와주셔서 감사하다. 장 변호사님은 성소수자 인권활동과 인권변호사로서 오랫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고, <불온한 당신>의 자문변호를 해주셨다.

 

장서연 변호사: 영화에 나온 1명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함께 경찰서도 다녀왔다.(웃음) 물론 승소전문 변호사답게 불구속 처분을 받았다.

 

이영 감독: 영화를 만드는 과정 안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많았다. 2012년에 영화가 기획돼 20159월 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하고, 20177월에 20일에 개봉을 했다. 영화가 무사히 개봉 할 수 있었던 것은 변호사님의 역할이 컸다. 감사드린다.

 

장서연 변호사: 이 영화는 이묵 선배님의 고향에서 시작을 한다. 고향집에서 살고 있는 이묵 선배님과 동네 분들의 모습이 정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영 감독: 이묵 선배님은 용인집과 고향인 여수 두 곳을 오가셨는데, 연세가 드시면서 고향인 여수에서 편안하게 지내길 원하셨다. 여수는 친척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면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가는 걸 받아들여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여기는 공간이셨다. 반면 용인은 젊은 시절, 이주해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던 곳이라 조금 긴장하며 살았던 공간이라는 차이가 있다.

 

장서연 변호사: 이묵 선배님의 고향집에서 촬영하며 동네 어른들이 촬영팀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다. ‘뭘 이리 오래 찍느냐’‘남자냐 여자냐등의 질문을 하는데 취재와 촬영 과정에서 조심스럽고 고민되었던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영 감독: 카메라를 들고 젊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마을에서는 큰 사건이었다. 신기해하고 호기심을 많이 가지셨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촬영하는 곳으로 찾아오셔서 오늘은 뭘 찍었느냐’‘나는 찍을 수 없느냐그래서 찍어드리기도 했다.(웃음) 동네에서는 이묵 선배님의인간극장을 찍는 걸로 소문이 났다. 영화 속에도 나오지만 제게남자냐 여자냐여러 번 물어보는 동네 어른들이 계시다. 제가 걸어 다니는 커밍아웃이라고 할 정도로 터프한 외모이기도 해서.(웃음) 당연히 궁금해 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 생각에는 그 질문이 저를 향해 있기도 하지만 이묵 선배님을 향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말 한마디에 선배님이 가꿔온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고 매우 조심스럽기도 했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사는 것을 다 알고 있는 고향이지만 그 안에도 존재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칠십 평생을 자신으로 살기 위해, 또 자신이 되기 위해서 때로는 저항하면서 살아왔을 시간들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때로는 남자라고 말하기도, 때로는 여자라고 말하기도 했을 어느 공간에서 사람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서 자신을 얼마만큼 드러낼 것이냐’‘얼마만큼 감출 것이냐를 평생 동안 고민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긴장감이 영화에서 따뜻함과 함께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랐다.

제게 성별을 묻는 동네분들에게 그런 걸 묻는 건 무례한 질문이다라고 말씀하기도 하셨는데 저는 누군가에게 남자냐 여자냐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그건 무례한 질문이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이묵 선배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참 좋았다.

 

장서연 변호사: 이묵 선배님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결정이 된 과정을 얘기해달라.

 

이영 감독: 제가 2005년과 200710대 레즈비언 성장담을 다룬 <이반 검열> 시리즈를 제작했는데, 10대 친구들이 30대인 저를 보면서 ‘30대도 레즈비언 해요?’라고 묻는 거다. ‘10대들은 청소년기가 지나고 나면 이성애자가 될 것이다생각을 하며 부정적인 시선 속에 살아가지 때문에 30대의 레즈비언을 신기해 한 것이다. 저 역시도 그럼 선배님들은 어떻게 살고 계시지?’ 궁금했다. 그래서 2008년에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자료가 거의 없었다. 무작정 어느 지역에 가서 제 외모와 같은데 나이 드신 분이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옛날 신문자료를 펼쳐놓고 여성 두 분이 오랫동안 살아오신 단서들을 들고 찾아 나서기도 했다. 문을 두들기고는 선배님, 제가 바지씨 후배인데요.’ 하고 말을 건네서 통하면 저희 선배님이셨던 거다. 제 외모가 굉장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웃음) 선배님들의 소개를 통해 50여 명을 만나게 됐고 이묵 선배님을 그렇게 처음 만난 게 20094월이었다. 성소수자 후배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마음을 쓰시면서 촬영을 흔쾌히 허락하셨다. 감동적이었고 그 말씀을 새기면서 영화 작업을 해나갔다. 선배님을 만나면서 놀라웠던 것은 80년대 택시운전을 하는 여성운전자들 수백 명이 모여 전국적인 모임을 자주 가졌다는 얘기였다. 지금은 퀴어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전국적인 모임이 간단한 일은 아닌데 굉장히 놀랍고 신기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 영화 작업에 담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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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온한 당신>의 한 장면

 

 

남성성의 매력을 풍기는 사람을 바지씨여성성의 매력을 풍기는 사람을 치마씨로 칭해 불러

 

 

관객: 영화를 보면서 바지씨’ ‘치마씨라는 말이 어떻게 쓰이게 된건지 궁금했다.

 

이영 감독: 바지씨’‘치마씨6-70년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던 은어로, 특정한 옷차림을 빗댄 말이다. 남성성의 매력을 풍기는 사람을 바지씨, 여성성의 매력을 풍기는 사람을 치마씨로 칭했다. 제가 20대 후반이었을 90년대 말에도 바지씨라는 단어를 들어봤다.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았을 시절에 동성애자가 스스로를 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관객: 영화 보면서 무서웠지만, 용기를 얻게 되었다. 개봉 후에 반응들로 감독님도 힘을 얻은게 있으시다면?

 

이영 감독: 개봉하고 한 달이 지났는데, 관객 분들의 호응으로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상영을 이어오고 있어 굉장히 감사하다. gv를 하며 관객 몇 분이 말씀해주신 감상이 생각이 나는데 제가 영화관 안에서 관객들이 다함께 영화를 보는 느낌이 어땠는지물으니, ‘같이 걸어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해줬다. 또 한 분은 어두운 영화관 안에서 훌쩍거림으로 연대감을 느낌적은 처음이었다고 하시면서 이 영화가 같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같이 분노하기도 하면서 힘을 얻으신 것 같더라. ‘영화를 만든다는 것, 영화로 교감한다는 것은 이런 순간들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굉장히 행복했고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을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 ‘불온한 당신이라는 제목 어떤 이유에서 지은건지? 주인공 이묵 선생은 어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이영 감독: 영화의 제목을 보고 불온한 사랑이라고 받아들여 야한영화인지 알았다는 분들도 있었다.(일동 웃음) 처음 제목이 폐허의 골격이었다. 참 잘 바꾼 것 같다.(웃음) ‘불온하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 아실테고, 한국사회 안에서는 체제에 저항해왔던 사람들에게 붙여졌던 오래된 낙인과 같은 말이다. 저항의 힘, 그리고 온당치 않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불온한 당신이라는 제목을 짓게 됐다. 이묵 선배님은 올해 4월에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 돌아가셨다. 관객들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서 돌아가시게 됐다. 3월에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조금만 더 빨리 개봉했으면 관객분들을 만나고 힘을 얻고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에서 제가 리어카 태워드리는 장면이 있는데 선배님 생각하면 그 순간이 자꾸 떠오른다. 좀 더 오래 태워드릴걸 생각도 들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가슴이 아파온다. 많은 관객분들이 이묵 선배님 얼굴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선배님은 중간중간 어떤 촬영을 하는지 장면을 보여드렸고, 알아서 하라고 쿨하게 말씀해주기도 하셨다. ‘잘할거라고 믿는다'영화 잘돼서 대박나야 한다고 해주셨다. 완성된 영화를 못 보신 게 많이 아쉽고 죄송스럽다.

 

인권의 가치,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점점 더 확장돼

 

장서연 변호사: 이묵 선배님 모습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작은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려야 하는가?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보시는지?

 

이영 감독: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해주셨는데.(웃음) 영화에서 보면 노동자들이 생존권에 대해 요구하면, 사회분열 시킨다고 반대를 하고,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면 보장받지 않아야 할 학생도 있다고 반대를 한다 또 성소수자 인권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면 소수 때문에 다수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하면, 국가경제를 파탄 낸다고 하면서 반대를 하기도 한다. 모두 다 반대를 하고 있는데, 영화에서 무관해 보이는 이 사건들이, 그리고 상황들이 이어지고 연결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인권의 가치가 후퇴 하는 게 사회 일부의 문제일 것이다 라고여기지만, 사실상 가치가 무너졌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전부가 된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느끼셨을거라고 본다. 소수자들에게 향했던 공격이 급기야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서, 그리고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장되어 간다. 인권의 가치, 그리고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가치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점점 더 연쇄반응을 일으켜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분들이, 또 많은 시민들이 이 연결성을 찾아서 확인하시고 그 연결성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통해 그 이야기들이 시작 되면 좋겠다.

 

관객: 여성 동성애자 얘기는 영화를 통해 많이 다뤄지지 않은 것 같다. 다음에 계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영 감독: 바지씨 선배님 세대 이야기를 다룬 게 많지 없다. 자료로 남아있지도 않고, 영화로는 <불온한 당신>이 처음 다뤄졌다고 본다. 앞으로 더 발굴되어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 성소수자 이야기들 만큼 많지 않은건 그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디어가 다루는 속성이 남성중심적이었기 때문이기고 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제가 속한 여성집단 움을 통해 17년간 활동 해오면서 비가시화된 목소리들,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들, 여성 안에서도 소수자인 여성들의 목소리들을 발굴해서 만드는 영화작업을 통해 담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장서연 변호사: 마무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독님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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